POONY'S

 

[CoC 7th] 여름을 말려 심장에 꽂는 법

배포 카드는 EGG님(@EGG___CM)의 커미션 작업물이며, 카드 저작권은 EGG님께 있습니다. 나만이 널 오롯이 생각해. 여름을 말려 심장에 꽂는 법 시나리오 여름 / 고등학교 청춘물장르: 레일로드배경:

teamganada.posty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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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나만이 널 오롯이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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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적시던 비는 어느새 폭우가 되어 내리는 중입니다.
 
개학을 하루 앞둔 지금, 태근은 집에 홀로 남아있습니다.
 
말발굽 소리처럼 휘몰아치는 비, 색을 잃은 잿빛 하늘, 습한 여름.
 
기승을 부리는 여름은 꺾일 기미 하나 보이지 않으매 비는 더위를 감추지 못합니다.
 
특별한 것 없는 일상입니다.
 
태근이 괜히 강수량에 대해 떠드는 뉴스에 집중하다 보면,
 
:듣기 판정
 
태근: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쏴아아-
 
끊이지 않는 빗소리, 그 사이 이질적인 소리도 함께 들립니다.
 
“8월 하순을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의 강수량이….”
 
빗소리보다 조금 더 거칠고, 무게 있는 소리가 들립니다.
 
귀를 기울일 필요는 없습니다.
 
앵커가 무어라 하든, 그 소리는 점점 더 선명해지니까요.
 
“새벽부터 시작된 비는 전국을 강타했습니다.”
 
“시간당 100mm로 인천 전역을 시작해 전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으며,”
 
-똑
 
“기습폭우로 인한 피해 역시 속출하는 중입니다.”
 
태근:배, 백미리..;
 
똑똑.
 
확실하게,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택배를 시켰던가요?
 
누가 집에 방문하기로 했던가요?
 
기억을 더듬어도 방문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태근이 어떤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팟-
 
몇 가지 소리와 함께 가전제품들의 불이 꺼집니다.
 
정전입니다.
 
태근:?!
 
우중충한 하늘 덕에, 잿빛이 슬금 들어온 집안은 낮임에도 어둑하네요.
 
인터폰마저 지직, 뚝.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끊이지 않습니다.
 
어째 예감이 좋지 않네요.
 
문을 열어줄 건가요?
 
아님, 조용히 그 누군가를 무시할 건가요?
 
태근:저, 누구세요? (문 앞에서 말해요)
 
“…”
 
“…태근?”
 
다행히도 이름 모를 방문객은 아닌 모양입니다.
 
꽤 익숙한 목소리…
 
그래요, 단비인 것 같은데.
 
비가 힘껏 쏟아지는 창밖을 보면, 어떤 이유에서 연락도 없이 찾아왔을지 쉬이 예상되지 않습니다.
 
태근:...! 너 단비야? 무슨 일이야, 어떻게 온거야?? (익숙한 목소리에 얼른 문 열어요)
 
여전히 불 하나 켜지지 않은 실내는 어둑하기만 합니다.
 
문이 열리고, 문 앞에 선 상대를 확인하면…
 
뚝, 뚝.
 
흥건히 젖은 바닥이 보입니다.
 
그리고, 물벼락을 맞은 듯 푹 젖은 옷을 입은 단비도 함께.
 
빗물이 방울방울 매달린 머리카락, 하염없이 물이 떨어지는 옷, 또….
 
단비:태근아.
 
당신을 부르는, 파리한 인상의 단비.
 
:심리학 판정
 
태근:
심리학
기준치: 31/15/6
굴림: 2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단비의 불안한 눈길이 당신을 향합니다.
 
한참을 살피더니, 이유 모를 한숨도 함께 뱉네요.
 
단비:...너, 괜찮은거야?
 
…무엇이?
 
태근:너.... 너 지금 무슨...! 그건 내가 할 소리라고! (옆에가서 어깨에 팔 두르고 안으로 끌고가요)
 
단비:(당신의 태도를 찬찬히 살피다가 표정을 고칩니다. 아까처럼 목소리를 떨지 않고, 그저 태연한 낯으로.) 미안~ 가방에 우산을 챙긴줄 알았는데 없었더라고.
그래서 우산을 빌릴까 해서 찾아왔어.
 
태근:전화라도 하지 그랬어... (이렇게 막무가내로 행동할 애가 아닌데.. 의심하지만 속으로 삼켜요.) 감기 걸리겠다. 얼른 들어가자. 갑자기 정전이라서 안 보이니깐 나한테 기대서 걸어.
이런 날 왜 밖에 있었던거야? 비가 좋다고는 했지 물놀이가 좋은 줄은 처음알았는데~
 
태근은 물에 젖은 생쥐 꼴인 단비를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옵니다.
 
네모난 상자 속 [뉴스]는 여전히 이번 기습폭우를 다루고 있으며, [화장실]에서는 뽀송한 수건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아, [부엌] 찬장에 고이 모셔둔 티백으로 차가운 단비의 몸을 녹일 수 있겠네요.
 
[단비]는 젖은 탓에 그저 우뚝 서 있습니다.
 
단비:...비가 갑자기 쏟아질 줄은 몰랐지~ 들를 곳이 있어서 처리하고 나왔는데 이모양이지 뭐야. (어깨 으쓱) 그나마 가까운 곳이 네 집이니까.
 
태근:0"0)...
일단 들어와서 이야기하자. (화장실에서 수건 가져올게요)
 
[화장실]
 
습기 가득한 눅눅한 하루라 해도 수건은 뽀송한 게 제구실을 할 수 있겠습니다.
 
:수건을 꺼내던 태근, 관찰력 판정.
 
태근:
관찰력
기준치: 35/17/7
굴림: 21
판정결과: 보통 성공
 
가지런히 놓인 칫솔이 눈에 밟힙니다.
 
…원래 저런 색이었던가요?
 
태근:(어쩔 무슨상관 불꺼져서 잘못봤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태근:천둥 소리는 못 들었는데 불은 왜 꺼지고 난리람.. (어둠에 익숙해진 시야로 얼른 수건들고 후딱 나가요)
 
:태근 행운 판정
 
태근:
기준치: 55/27/11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태근이는 어둠에서 후닥 나가려다 그만...
 
넘어질 위기에 처하고 마는데!
 
코어힘으로 버텨 균형을 겨우 잡아냅니다.
 
대신 그덕분에 우스운 포즈를 취하고 말았네요.
 
단비:(봐버림)
 
태근:(이날을 위해 배운 브레이킹땐스...! 개오지는 포즈로 균형을 잡습니다)
 
단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태근:...
 
단비:오~ 멋진데~~
(박수 짝짝~~)
 
태근:흠흠. (멋쩍게 일어나요.) 그러니깐 너도 나랑 같이 스트릿댄스 배우자니깐.
뇌진탕의 위기에서 벗어났어. ^-^)v;;;
 
단비:그니까 조심해. 나 여기 가만히 있는데 왜그렇게 급하게 나와? (다가가서 수건을 받아들고 웃습니다)
 
태근:(누구 때문인데 -.-.. 수건으로 얼굴만 닦아주고 번쩍 안아들어서 부엌의 식탁의자에 앉혀요)
위험하다니깐!
 
단비:?? (안겨들려짐... 덜렁)
(그리고 앉혀진 채로 어이없는 표정 지어요) 아, 아니...
 
태근:어허!
거기 앉아있어. (수건위로 머리 쓰담)
 
단비:과보호야, 진짜. (투덜거리면서 수건으로 머리 물기 짜내요)
ㅡ.ㅡ
 
태근:후 불면 날아갈 것 같은애가 이 폭풍을 뚫고 왔는데 이 정도로 투덜거리다니...
 
단비:나 강해~~~! (왁!!)
 
태근:단비가 제일 폭주기관차야. (따뜻한 차 끓일래요. 전기가 들어오긴 하나요?)
 
피빅
 
다시 불이 켜지고 전기가 들어옵니다.
 
순간적인 정전이었나봐요.
 
태근:..
 
단비:아, 불 들어왔다.
 
태근:밝은데서 보니 더 엉망이잖아!
 
단비:잔소리 그만~ (수건으로 귀막음)
 
태근:어휴 애가 어떻게 비오는날 집안에서 난장판된 바깥보는게 좋다더니 자기가 그 난장판속을 걸어다니고(궁시렁궁시렁)
 
단비:(ㅋㅋㅋ) 넌 비오는데 뭐하고 있었어? (흘긋, 거실에서 들려오는 뉴스를 보고서는) 티비?
 
태근:응. 얼마나 난리였는지 보고 있었지.
이런 식으로 알게될 줄은 몰랐지만.. (당신의 앞에 차를 내와요)
씻을래? 그대로 있으면 감기걸릴거 같아.
 
:태근 행운 판정
 
태근:
기준치: 55/27/11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태근이가 끓여
 
끓였다고 생각한 차는... 사실 빈 티백이었습니다.
 
분명 티백이 여러개가 있었던 것 같은데...
 
단비한테 맹물을 준 셈이 되어버렸네요.
 
태근:(모르고있음)
얼른 마셔.
 
단비:(뜨거운 물 마심. 호록)
아냐, 어차피 집에 돌아가려면 또 젖어야할텐데.
 
태근:뭣.. 돌아가려고? 비 그칠때까지만이라도 여기 있어..!
 
단비:함께 돌아가야지, 태근아.
 
세찬 비를 맞은 탓인지 단비의 낯은 평소보다 더 창백합니다.
 
그 외 평소와 다른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평소와 다른 점이….
 
:관찰력 판정
 
태근:
관찰력
기준치: 35/17/7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찰나, 단비의 목 위로 여린 푸른빛이 반짝거립니다.
 
태근:(어라..? 단비 목 만져봐요)
 
단비:(갑자기 만져서 움찔 놀래요)
 
다시 살펴본다면 단비의 목은 멀쩡하기만 합니다.
 
단비:응큼해.
 
태근:으응? 미, 미안..(손 뒤로빼요)
 
단비:(빼내려는 손을 팟 잡아서 손깍지를 낍니다.)
 
태근:...단비야..
...나 놀리는게 제일 재밌지?(남은 한 손으로 볼꼬집)
 
단비:으에? 내가 뭘 놀렸다고 그래~
(꼬집힌 채로 씨익 웃습니다.)
 
쏴아아, 비는 약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말발굽 소리처럼 휘몰아치는 비, 색을 잃은 잿빛 하늘, 습한 여름.
 
어느 정도 물기가 마른 단비는 간간이 멍한 표정을 짓습니다.
 
이질적인 하루입니다.
 
폭우와 정전, 빗방울과 단비, 아주 조용하고 평화로운 여름.
 
내일은 개학식이니 단비도 일찍 집에 돌아가야겠죠.
 
태근:그냥 내일 일찍 일어나서 같이 집까지 가면 안 돼?
내가 아침도 해줄게.
 
단비:태근.
 
당신의 이름이 허공을 둥둥 부유합니다.
 
나지막한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사뭇 진지한 표정의 그가 보입니다.
 
단비의 목에 새겨졌던 빛이, 헛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이.
 
당신만을 오롯이 담은 그 눈에 푸른 빛이 스칩니다.
 
동시에, 단비의 피부 위로 기하학적인 형태의 무늬가 그려집니다.
 
마치 별자리처럼……
 
지금 태근은 무얼 보고 있는 거죠?
 
태근:...단비야?
 
단비:돌아갈 때가 됐어.
이번에는 잘 될 거야. (당신의 머리를 쓰담아줍니다.)
 
태근:너 지금 몸이... (쓰다듬는 당신의 팔을 잡아요)
 
단비:…기억할 수 있지?
 
태근:아까부터 무슨 소리야..!
 
:듣기 판정.
 
태근: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태근은 지금 이 상황, 이 공간이 너무나도 고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비가 그쳤던가요?
 
창밖을 바라보면 비는 그치지 않았습니다.
 
아니, 비는 허공에 방울방울 ‘멈추어’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둥근 물방울의 형태를 가지고서.
 
태근: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ㅠㅠ
 
단비:이번에는 학교에서 만나자. 기다리고 있을게.
 
무어라 말하든, 단비는 태근의 손을 강하게 마주 잡고 눈을 감습니다.
 
태근:단비야.. 단비야..!! 아까부터 무슨 소리야!!
 
피부 위로 새겨진 무늬는 단비를 집어삼킬 듯 반짝이고,
 
어디선가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에 숨을 쉬기도 어렵습니다.
 
별자리가 촘촘히 수 놓인 단비에게서, 우리에게서 빛이 쏟아집니다.
 
태근:단비야!!!!
 
중력이 배로 느껴지는 기분에 속이 울렁거려요.
 
허공에 방울방울 매달린 비는 여전히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단비가 입 모양으로 어떤 말을 전합니다.
 
단비:하나,
둘,
셋.
 
 
깜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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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내내 맑은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열대야 역시 지속적으로…”
 
창밖은 맑으며, 푸른 하늘은 눈이 부십니다.
 
무더운 여름은 건조한 탓에 비는 내리지 않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립니다.
 
태근, 당신의 손을 잡고 있던 상대는 어디로 갔나요?
 
집 안에 남은 건 맑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햇살, 그리고 당신뿐입니다.
 
태근: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2
 
:
 
태근:(멘붕)
 
마치 영화 속 장면이 빠르게 전환되듯, 페이드아웃 없이 한순간에 뒤바뀐 세상.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태근:...꿈...?
 
:창 밖, 단비가 있던 자리, 뉴스를 살펴볼수 있습니다.
 
태근:(단비가 있던 자리 살펴봐요)
 
단비에게서 뚝뚝 떨어지던 물마저 사라졌습니다.
 
손으로 만져본 가구들은 모두 마른 상태입니다.
 
태근:(저는 부엌에 있나요?)
 
:
 
태근:그럴리가.. 분명 온기도, 목소리도 똑똑히 느껴졌는데...!
(뉴스 살펴봐요)
 
기상캐스터가 주간 날씨를 알려주는 중입니다.
 
맑음, 맑음, 그리고… 맑음.
 
장마철인데도 이렇게 맑은 날이 지속되는 건 드문 일이라고 합니다.
 
분명 전부 비였는데….
 
날짜나 시간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기억하던 그때 그대로입니다.
 
태근:...! 시간은 그대로...
(창밖 살펴봐요)
 
푸른 하늘입니다.
 
작은 구름 몇 점이 동동 떠 있고, 햇살은 눈이 부시게 쏟아져 내립니다.
 
먹구름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태근:(단비에게 전화해볼래요)
 
뚜르르르... 뚜르르르르....
 
신호음만 한참 이어지더니, 전화를 받을 수 없어…로 시작하는 기계음이 울립니다.
 
몇 번을 다시 걸어도 돌아오는 답은 없습니다.
 
태근:(그럼 단비네 집으로 향합니다)
 
창밖은 그늘마저 푸르러 바다를 베어 옮겨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매미 소리, 물감을 풀어둔 푸른 하늘, 건조한 여름.
 
태근이 꿈이라도 꾼 걸까요?
 
쏟아지는 햇살에 이처럼 눈이 따가운데도?
 
폭우도 단비도, 그리고 반짝이던 무늬마저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인 게 틀림없잖아요?
 
태근:단비한테 무슨 일이 생긴게 틀림없어...
 
태근은 단비 집으로 향합니다.
 
문을 두들기나요?
 
태근:(두들겨요 초인종있으면 초인종도눌러요)
 
잠시 후, 닫혀있던 문이 열립니다.
 
단비의 부모가 아닌 모르는 사람이 의아한 눈으로 당신을 내려다 보네요.
 
사람:누구세요...?
 
태근:저, 정단비씨의 집이 아닌가요?
 
사람:?? 아닌데요...? 잘못 찾아오신 것 같아요.
 
분명 태근의 기억으로는 단비의 집이 맞습니다.
 
태근:그럴, 그럴리가..
 
외관이 달라진 것도 아니고 주소도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아요.
 
하지만 눈 앞에 있는 사람은 계속 자신이 여기서 살아왔다는 말 뿐입니다.
 
태근:(멘붕와요. 일단 인사하고 나옵니다.)
 
단비는 연락을 받지도 않으니, 내일 학교에서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분명 학교에서 만나자고 말했었죠.
 
태근:이게 무슨 일이지...? 단비야.. (평화로운 바깥을 보니 더 속이 타들어가는거같아요)
 
대체 오늘 겪은 일이 무엇인지….
 
…멍한 정신에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태근은 이 상황이 답답하게만 느껴지네요 ㅠㅠ
 
태근:분명 학교에서 보자고 했어. 단비가 말해준 거니깐 믿어야지.
(오늘은 멘붕으로 하루를 보낼거에요.)
 
계속 이상한 말만 내뱉는 단비지만, 태근은 믿기로 했습니다.
 
갑자기 화창해진 날씨도, 바뀌어버린 단비의 집주소도 모두 엉망진창이지만 태근이 아니라면 누가 그를 믿어주겠어요.
 
ㅠㅠ 태근은 집에서 스트릿 댄스를 추며 하루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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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근:(ㅅㅂ그게무슨마무리에여)
 
 
 
개학, 멀게만 느껴지던 단어가 오늘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펄럭이는 교복들이 흰나비처럼 이곳저곳 쏘아 다니네요.
 
어제 일어났던 일들이 생생한 꿈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 일을 빼면 이 여름은 평범한 하루와 다를 것 하나 없어, 태근은 배로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정말 꿈이었을까요?
 
걸음은 느릿해집니다.
 
보통은 횡단보도를 건너, 가로등 두어 개를 지나면 단비가 보이곤 했습니다.
 
하지만….
 
유리:야, 그거 들었어? 오늘 정상수업이래.
 
태근의 어깨에 자연스레 팔을 걸치는 건, 다름 아닌 같은 반 친구입니다.
 
단비는 보이지 않습니다.
 
유리:그보다 오늘 날씨 진짜 좋네. 보통 이맘때 즈음이면 비도 오고 그랬던 것 같은데 말이야~.
 
태근:...유리야 혹시 단비한테 연락받은 거 있어? (다짜고짜 물어요)
 
유리:단비...? 걔가 누군데?
 
태근:뭐?
 
유리:나는 처음 듣는 이름인걸. 혹시 다른 학년이나 다른 반이야?
 
태근:...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늦었다, 얼른 가자. (학교도 마찬가지잖아.. 예상 못한 것은 아니지만 역시나 당혹스러워요.)
 
유리:아, 맞다. 동아리 보고서!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멈칫)
먼저 가 있어!!!!
 
걸음을 멈춘 친구는, 뒤를 돌더니 왔던 길 위를 냅다 달리기 시작합니다.
 
무언갈 두고 온 모양이네요.
 
덩그러니 남겨진 태근의 뺨 위로 푸른 나뭇잎 하나가 떨어집니다.
 
중력을 따라 떨어진 잎은 한가득 여름을 담아 푸르기만 합니다.
 
그리고….
 
:지능 판정.
 
태근: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아까 그 친구는 단비와 친분이 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신을 놀리는 걸까요?
 
의문도 잠시, 교문 앞 횡단보도입니다.
 
신호를 기다리며 건너기 전, 당신에게 전화 한 통이 도착하네요.
 
휴대폰이 가볍게 진동합니다.
 
태근:(폰 확인합니다)
 
화면을 보면 저장되지 않은, 처음 보는 번호임을 알 수 있습니다.
 
태근:(받아봐요)
...여보세요?
 
휴대폰 너머로 옅은 숨소리가 들립니다.
 
한참을 얘기하지 않은 채, 그저 숨소리만이.
 
잘못 건 전화일까요?
 
태근:혹시 단비니?
정단비, 너야?
 
…태근?
 
전화를 건 이는 단비입니다.
 
불안하고, 여유가 사라진 그 목소리는 볼품없게 느껴져요.
 
동시에 그가 낯설기도 합니다.
 
태근:너...! (참을 새도 없이 눈물이 흘러요)
너 지금 어디야 단비야!!
 
:정신력 판정
 
태근: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나... 먼저 학교에 도착했어.
 
알아볼 게 있어서 도서실에 들리려고.
 
다행이다... 너는 내 이름을 기억하나 보네.
 
그리 말하는 단비의 말을 들으면...
 
방금까지 부르던 단비의 이름이 잠시 기억나지 않습니다.
 
태근:그게 무슨 소리야? 왜 아무도... (잠깐 머뭇거려요) 너를 기억하지 못하는거야?
 
그리고 10초 후 쯤에 정단비, 라는 이름이 다시 떠오릅니다.
 
태근아, 나...
 
…나, 얼굴이 사라지는 중이야.
 
…이게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인가요?
 
그러나 단비는 장난을 치는 기색이 아닙니다.
 
휴대폰 너머의 표정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있습니다.
 
그리곤 전화를 뚝, 바로 끊어버리네요.
 
분명 말도 안 되는 소리일 텐데.
 
일상과 비일상 사이에 정신이 멍해집니다.
 
태근:야, 정단비.. 단비야!!
 
그러나 의문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끼익-!
 
큰 소리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습니다.
 
당신의 눈앞, 가까운 거리를 두고 아슬하게 멈춘 차 옆으로 한 학생이 넘어져 있습니다.
 
부딪히진 않았지만, 모두가 웅성거리며 횡단보도 쪽을 쳐다보네요.
 
:관찰력 판정
 
태근:
관찰력
기준치: 35/17/7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
 
태근:(wow)
 
운전자와 학생은 무어라 얘기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그 차로 시선을 옮기면…
 
잘못 본 걸까요?
 
눈을 두어 번 깜빡이자, 그제야 바퀴가 보입니다.
 
소란도 잠시, 지각을 피하고자 모두 다시 학교로 걸음을 옮깁니다.
 
물론 당신도 그래야겠죠.
 
태근:(이상해.. 다 제정신 아니야..)
 
:ㅠㅠ
 
태근:(얼른 도서관으로 달려가요)
 
오늘 하루의 시작이 묘하고, 또 불안 불안하게만 느껴지네요.
 
태근은 도서실로 올라가는 계단을 밟으려는 순간,
 
선생님이 태근을 붙잡습니다.
 
선생님:우리 학생이 지금 수업 시작하기 1분 전에 어딜가는 걸까~?
자자~ 교실로 가야지~
(태근 질질 끌고감)
 
태근:저, 서 선생님 배가 아파서..!
 
선생님:개학식부터 그런 꾀병을 부리다니... 앙큼하네?^^
 
결국 태근은 반으로 끌려갑니다.
 
태근:정말이에요! 이러다 사라질지도 몰라요!!
제 인권이..!!
(아악 살려줘 단비야)
 
반으로 끌려가는 중간중간 보는 창 밖은 오늘따라 파아랍니다.
 
그래요, 수업이니까... 단비도 교실에 있을지 모르잖아요?
 
선생님:(태근이 집어넣음)
 
태근:(울상!)
 
선생님:(ㅋㅋㅋㅋㅋㅋㅋㅋ)
 
당신의 교실 속 익숙한 얼굴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단비만이 없는 게 아닙니다.
 
단비의 책상과 의자까지도 그림을 잘라 떼어놓은 듯 보이지 않습니다.
 
…어째서일까요?
 
지나가는 [친구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눈치이며,
 
교탁에 붙은 [자리표]에는 학생들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태근:(자리표 확인해요)
 
교탁 위에 붙여진 자리표에는 학생들의 자리 위로 이름과 학번이 적혀있습니다.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활자를 짚어 살피면….
 
없습니다.
 
애초에 없던 학생처럼 단비의 자리도, 이름도, 학번도.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태근:(친구들 살펴봐요)
 
방학 때 있던 일이나, 다른 학교보다 이른 개학에 대한 불만을 토하고 있습니다.
 
언제 도착했는지 등교 시간 때 만났던 친구도 보이네요.
 
유리:태근~ 빨리 앉아!
그러다 선생님한테 혼난다?
 
태근:(훌쩍)
 
유리:엥?!
울어?!
 
태근:(고개 도리도리.. 자리에 앉아요)
 
유리:(당황;;) 개학해서 그래...?
아니 그래도 그렇지... 나도 싫지만...! 임마, 여자가 돼서 그런 걸로 울면 우카냐!
(토댁이 ㅠ)
 
태근:아니야.. 그냥 좀 아파서... (울지 않으려고 하는데 자꾸 눈물이 맺혀요. 대충 손으로 문댑니다.)
 
…다들 단비를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요?
 
태근:(세상이 야속함)
 
오직 단비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건 당신 뿐인 것 같습니다.
 
매미는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울어댑니다.
 
하나, 둘, 셋.
 
당신에게 그리 속삭이던 단비는 어디로 간 건가요?
 
모두가 한 사람을 잊고 여름을 보내는 중입니다.
 
창밖의 [푸른 하늘]은 작위적으로 맑고, 나무 아래 그림자는 잠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매미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면, 당신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태근:(매미소리 들어요)
 
매미의 돌림노래는 끝날 기미조차 느껴지지 않습니다.
 
:듣기 판정
 
태근: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일정하게 반복되는 소리는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태근:(엿같은 푸른하늘 쳐다봐요)
 
구름 몇 점이 떠다니는 하늘은 지독하게도 푸릅니다.
 
바람 하나 불지 않는 날씨라고 해도…
 
구름은 제자리에 못이 박힌 듯 움직이지 않습니다.
 
애초에 움직이는 법을 모르는 것처럼 그 자리에 굳어 있습니다.
 
띠리링-
 
힘차게 울리는 수업 종.
 
재잘거리던 아이들도 자리를 찾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태근, 당신은 당신의 기억을 믿을 수 있나요?
 
모두가 그것이 거짓이라고 속삭여도?
 
선생님께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수업을 시작합니다.
 
출석 역시 단비의 이름은 건너뛰고 이어지네요.
 
누군가의 부재는 애초에 없던 것처럼 하루가 흘러갑니다.
 
태근:(마상)
 
선생님:예문에도 나와 있듯이 관계부사를 써야 하므로…
…에서, 그러므로 빈칸에 들어갈 말은.
 
Where.
 
몇 아이들이 답합니다.
 
동시에 선생님께선 당신을 탐탁지 않게 쳐다보네요.
 
선생님:태근이 오늘 영 집중을 못 하는 것 같네.
아까 말한 빈칸의 답, 한번 불러보렴.
 
모두의 시선이 당신에게 쏠립니다.
 
흔들림 없는 올곧은 시선을 보자, 절로 속이 메스꺼워집니다.
 
그때, 복도 쪽 창가를 익숙한 인영이 스쳐 지나갑니다.
 
녹색의 머리, 단비와 비슷한 키, 단비와 비슷한 분위기까지.
 
태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요)
 
선생님:태근?
 
선생님께선 벙긋하는 입으로 무어라 얘기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내용이 당신에게 중요한 것이었을까요?
 
단비를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또 가득 채웁니다.
 
태근:선생님, 저 역시 안 되겠어요. 너무 아파서.. 배가 너무 아파서 보건실에 가보겠습니다!
(뭐라고하든 그냥 나갈래요)
 
선생님:아니, 조태근...!
 
당황한 표정의 친구들을 지나쳐 복도로 향하면, 흔들리는 머리칼은 이미 계단을 오르고 있습니다.
 
위로, 그리고 다시 위로.
 
어느 교실에선 시를 읊는 소리가, 어느 교실에선 공식을 정의하는 소리가.
 
계단을 오르는 이는 당신과 단비뿐입니다.
 
단비는 뒤 한 번 돌지 않고 계속해서 계단을 오르네요.
 
태근:단비야!! 정단비!!
 
숨이 부족해집니다.
 
한참을 걷던 다리가 저릿해질 때 즈음, 당신은 활짝 열린 옥상 문을 보게 됩니다.
 
…단비가 이곳에 있을까요?
 
:들어가나요?ㅡㅡ
 
태근:(옥상문으로 몸통박치기!)
 
:아놔ㅠ
 
이미지
 
끼익-
 
몸통박치기로 문을 열고 옥상에 발을 딛자, 철조망 밖 너른 하늘을 보는 이가 그곳에 서 있습니다.
 
흩날리는 머리칼은 왼쪽에서, 다시 오른쪽에서.
 
바람의 방향은 초 단위로 달라지고, 하늘 위 구름은 못이 박힌 듯 움직이지 않습니다.
 
펄럭이는 교복, 흔들리는 녹색 머리카락.
 
태근:단비.. 단비야..
 
당신의 부름에 단비는 천천히 뒤를 돕니다.
 
아, 그 얼굴은 분명….
 
단비:태근아...
 
나무를 닮은 녹색 머리칼, 당신보다 조금 더 작은 키, 매일 같이 입고 다니는 교복 스타일...
 
하지만, 얼굴은 지우개로 문댄 듯 보이지 않습니다.
 
흐릿하고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그 얼굴만은 알아볼 수 없습니다.
 
태근:
SAN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당신에게, 그리고 단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블러 처리가 된 듯한 그 얼굴에 몸이 반사적으로 얼어붙습니다.
 
단비:하.... 평소랑 같았는데... 왜 이번은 이렇게 됐지?
아무도... 아무도 날 기억하지 못 해.
너는 날 알고 있지?
지금 내 얼굴, 보여?
 
심각하고 진지한 표정.
 
아니, 저걸 표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흐릿한 얼굴은 여전히 뿌옇기만 합니다.
 
…눈은 어떤 색이었고, 어떤 모양이었고, 또 어디에 자리 잡고 있던지.
 
태근마저 그 얼굴을 떠올리기 힘들어집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당신이 가진, 단비에 관한 기억들 역시 하나둘씩 지워지는 중이란 것을요.
 
태근:(달려가서 단비 와락 끌어안아요)
 
단비:...
...보이지 않는 구나.
 
태근:단비야.. 단비야..(당신의 어깨에 얼굴 묻고 흐느껴요)
 
쿵, 쿵.
 
엇박자로 뛰는 심장 박동 소리.
 
단비:...그만 울어, 응?
 
태근:단비.. 정단비..
내가 널 어떻게 못알아보겠어, 바보야.(엉엉)
 
단비:(당신을 품에서 떼어내 얼굴을 마주봅니다.)
못생겼어. (코 꼬집)
 
태근:흐아앙
 
단비:뚝.
 
태근:바보야, 난 진짜 네가 사라진줄 알고... 아무도 기억 못하고..
(떨리는 소리로 깊은 한숨을 내뱉어요. 침착하고 잊지않기 위해 속으로 당신의 이름을 되뇌입니다.) 어디 다른 곳은 상한데 없어?
아프거나.. 그런건 없는거야?
 
단비:다친 곳은 없어, 걱정하지 마. (당신의 걱정에 작게 웃으면서 뺨을 쓰담아줍니다.)
흠...그러게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어. 차원의 관문도 사용하지 못하고... 마치 이 세계에 갇힌 것만 같아.
 
차원의 관문?
 
그리 말하는 단비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습니다.
 
태근:무슨 디지몬같은 소리를 하고있는거야ㅠ
 
단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
아직도 기억이 안돌아왔어?
하...
 
태근:기억하고 있어..! 단비 네 이름도, 잠꼬대로 내 이름 부르던 것도 다..!
 
단비:물론 기억을 잃는게 흔한 부작용이긴 하지만, 금방 돌아왔었는데 왜 아직도 안돌아오는 거지... (태근이 유심히 봄)
아니야, 나에 대한 거 말고 바보야.
 
태근:응? 나..?
 
단비:잘들어, 말해주면 기억 날지도 모르니까.
우린 원래 세계에서 신도들에게 쫓기는 중이었어.
도망치던 중 차원의 관문을 사용했지만, 그대로 우주 미아가 되었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계속 차원을 넘었잖아?
다른 세계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가끔 기억을 잃기도 했는데….
 
…우리가?
 
단비의 말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영화도 아니고,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제물과 차원의 관문, 우주 미아와 다른 세계.
 
동시에, 기이하게도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핸드아웃, 기억의 파편을 공개합니다.
 
태근:(지끈!)
 
우린 우주 미아가 되었으나, 원래 세계를 찾아 몇 번이고 차원의 관문을 다시 넘었습니다.
 
그 과정 중 부작용에 의해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기도 했죠.
 
네, 지금 당신처럼.
 
비가 흠뻑 쏟아지던 어느 여름 역시 우리가 살던 곳이 아닌 NN번째의 또 다른 세계였으며, 그때 단비가 했던 행동은 차원의 관문을 넘기 위한 주문이었습니다.
 
태근: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비가 멈추는 것은 주문진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비가 쏟아지던 그 여름도, 맑고 화창한 이 여름도.
 
모두 우리의 진짜 여름이 아닙니다.
 
우린 원래 세계를 찾아 한없이 우주를 넘나들었죠.
 
그 과정 중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번 평행세계에서 단비는… 사라지는 중인 걸까요?
 
단비의 존재 자체가 없었던 세계 또한 이번이 처음입니다.
 
무언가 잘못된 것처럼.
 
단비:이 세계는 확실하게 다른 곳들과 달라. 다들 날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 이유는 모르지만, 난 사라지는 중이고.
…태근, 너 역시 날 잊을지도 몰라.
 
태근:그럴 일은 없어..!!
 
흐르지 않는 몽글한 구름이 그림자를 만들어내면, 우리가 선 곳의 짙은 파랑이 가려집니다.
 
단비는 천천히 철조망에 기대앉아 당신에게 작은 수첩과 연필을 건넵니다.
 
당신을 위해 옆자리를 가볍게 쓸어내리는 그 손은,
 
미약하게 떨리는 그 손은,
 
단비의 얼굴처럼 흐려지고 형태를 잃고 있습니다.
 
이건 잊지 않기 위한 기록입니다.
 
단비:적어두면 더 기억하기 쉬울 거야. 잊지도 않을 거고.
자, 일단 내 이름부터 적어. 정단비. 18살. 너의 첫 번째 친구.
 
태근:(정단비.. 18살.. 첫 번째 ㅊ... 첫번째? 음.)
 
단비:취미는... 컴퓨터 코딩. 그외 자잘한 웹서핑들. (고민)
그리고 조태근이랑 시간 보내기.
 
태근:(끄적)
 
단비:좋아하는 음식은 소다랑 민트처럼 화하고 시원하고 톡 쏘는 류들.
우리 추억 같은 것도 적을까? 나에 대해서만 아는 건... 의미 없을지도 몰라.
우리의 관계성이 중요한거니까.
갑자기 떠오르는 추억은 그건데. 1년 전에 태근의 집에 초대받아서 하룻밤 자고간 날.
태근이가 잠을 자다가 나를 차버려서 바닥에 쿵 떨어져, 네가 미안하다고 싹싹 빌었었지. 아침으로 진수성찬까지 차려주면서까지 말이야.
(그 때를 생각하는 듯, 쿡쿡 웃습니다.)
 
태근:진짜 미안해...
 
단비:아, 됐어~ 지난 일인데. (씨익)
 
태근:그치만.. 그날 이후로 네 키 성장이 멈췄잖아.
(시무룩)
 
단비:................................
💢💢
 
태근:아하하!
 
단비:(태근 딱콩 날림)
 
태근:아야~
 
단비:너는 우리 사이에 있던 생각나는 추억 없어?
 
태근:지금까지 속에 묻어두고 있는지 몰랐네. (다시 생각나서 쿡쿡 웃어요.)
나는..
 
단비:네 다리 힘이 워낙 좋아야 말이지...
어떻게 잠자다 걷어찬 다리 힘이 그렇게 세?
꿈에서 축구라도 한 건지...
 
태근:(그때 생각에 쿡쿡, 웃음이 흘러나와요.)
단비 너랑은 아직 그렇게 안 친했을때인데. 옆자리에 앉았는데도 인사 한번 제대로 한 적 없었을때.
수업시간이든, 쉬는시간이든 그 자리에만 있는 네가 신경쓰였어. 멋쩍게 수업시간에 과자 건냈는데, 무시는 커녕 말없이 하나 가져가 입에 넣고 우물거렸는 일 기억나?
진짜 햄스터같았는데.
 
단비:날 햄스터라고 칭하는 건 너 뿐일거야...
 
태근:그이후로 계속 하나씩 쥐어줬는데 하루는 네가 새콤달콤 하나 건네줬잖아.
그때 처음으로 제대로 인사했을걸?
그런 식의 대화는 동생이랑도 안 해봤는데~
 
단비:아, 그래. 그것도 써라. 정단비 전용자리는 조태근
점심시간만 되면 옥상에서 시를 읊어주던 것도.
아무도 나한테 관심을 그만큼 안줬었는데... 넌 진짜 특이해.
 
태근:나만큼 단비를 만족시켜주는 사람은 없었지.
애썼다기 보다는.. 운명같은거야. (씨익)
 
단비:(픽 웃어요.) 그래, 인정할게.
이거 모두 기억해줄 수 있지?
 
태근:(종이 꼬옥 안아요)
당연하지.
어떻게 잊어.
새삼스럽지만... 우리 둘이서 잘 놀았네?
 
어느 정도 정보를 적었을 때 즈음, 단비의 목소리마저 뭉툭해져 알아들을 수 없게 됩니다.
 
단비:그러게...
 
단비는 태근의 어깨 위로 툭, 힘없이 머리를 기대네요.
 
그 무게마저 낯섭니다.
 
태근:(당신의 냄새를 한껏 들이켜마셔요.) 돌아가자. 같이 돌아가야지.
 
흐릿해지는 기억을 애써 붙잡아도,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하기만 합니다.
 
단비:...
다시 만날 방법이 있을 거야. 그러니까, 날 잊지 마.
마지막으로 내 이름을 불러 줘.
 
태근:단비. 나에게 봄비같이 내려온 정단비.
 
단비:다시.
한 번만 더.
 
태근:단비. 내가 사랑하는 단비.
함께 집에 가야할 단비.
 
계속, 다시.
 
단비는 자신의 이름을 한참 동안 불러달라고 속삭입니다.
 
□□:…기억해 줘.
 
그 이름 역시 떠올리기 힘들어질 때면, □□는 천천히 눈을 감습니다.
 
흰 물감을 군데군데 풀어둔 하늘 아래, 한 사람의 그림자가 서서히 지워집니다.
 
기대어 느껴지던 무게가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 □□□, □□□….
 
우린 차원을 넘기 전, 집으로 돌아가길 빌며 속삭이곤 했죠.
 
이렇게, 지금처럼.
 
하나,
 
둘,
 
셋.
 
 
깜빡.
 
이미지
 
 
 
여름은 맑으며, 푸른 하늘은 눈이 부십니다.
 
무더운 여름은 습하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립니다.
 
데자뷔처럼 옥상에는 당신만이 홀로 남아있습니다.
 
태근: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손에는 힘껏 구겨진 수첩, 급하게 휘갈겨 쓴 티가 역력한 글이 남아있네요.
 
가장 크게 □□□에 대한 정보라고 적혀있으며,
 
그 아래로는 누군가의 사소한 정보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 □□□, □□□….
 
절대 잊어선 안 될 이름인데도 왜 이렇게 기억이 흐릿한지.
 
이젠 여름이 원망스럽게 느껴집니다.
 
□□를 되찾고, 이 세계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오로지 당신의 힘으로만, 홀로.
 
한참을 되뇐다고 하여 방법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철조망에 오래 기댄 탓에 몸이 찌뿌둥하기도 하네요.
 
툭, 태근이 움직이자 가벼운 종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태근:(종이 확인해요)
 
작은 쪽지를 열면 다음과 같은 글이 보입니다.
 
840.01이12꽃 / 도서실
 
혹시 몰라 남겨두었어.
 
:지능 판정
 
태근: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ㄷㄷ
 
암호 같기도 하지만, 당신은 바로 알아챌 수 있습니다.
 
도서실 창구번호를 표기한 것 같네요.
 
태근:도서실..
(흐릿한 기억에 책임감이 서려있어요. 해야할 일이 있는것을 직감으로 깨닫고 도서실로 향해요)
 
띠리링-
 
…그사이에 수업 하나를 완전히 빠진 것 같습니다.
 
이곳은 진짜 세계가 아니므로 상관없는 일이죠.
 
어쨌든 쉬는 시간입니다.
 
이름도, 성격도, 함께한 추억도, 그 모든 게 조각난 사람이
 
마지막으로 한 부탁만이 남은.
 
...
 
답답한 마음에 괜히 발걸음이 빨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머릿속은 어지럽고, 울렁거리는 속은 이 계절을 완전히 받아내지 못합니다.
 
그 아이는 어떤 표정을 지으며 웃었던가요?
 
이 평화로운 세계를 떠날 정도로, 그 아이는 당신에게 의미가 있는 사람인가요?
 
구겨진 수첩에는 옅은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태근:(당근빳따죠말해뭐해)
 
도서실에 도착하면 [종교], [예술], [언어]가 적힌 책장들이 빼곡합니다.
 
사서 선생님께선 보이지 않네요.
 
태근:(번호따라 책장훑어봐요)
 
[종교]
 
2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종교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자료조사 판정
 
태근: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에 관한 기억이 조금 더 흐려집니다.
 
태근:(대성공찬스 )
 
:ㅋㅋ
ㅇㅋ
 
태근:(ㅋㅋ)
 
태근은 샤그나 판에 대한 정보를 입수합니다.
 
태근:(에효)
(예술책장 볼래요)
 
[예술]
 
6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예술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자료조사 판정
 
태근: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 관한 기억이 조금 더 흐려집니다.
 
수첩을 한 번 더 봐야겠어요.
 
태근:(언어책장 살펴봐요)
 
[언어]
 
7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언어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자료조사 판정
 
태근: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멘 - 붕 )
 
:99
 
□□에 관한 기억이 조금 더 흐려집니다.
 
태근:(KIN)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태근:(800번대 책장은 없나요?)
 
모두 살펴본 후, 태근은 800번대 [문학] 책장을 발견하게 됩니다.
 
쪽지에 적힌 창구 번호, 840.01이12꽃.
 
그것은 <꽃갈피>란 제목의 얇은 영문 시집이었습니다.
 
태근:시집...
시를 유독 좋아했었지.
(살펴봐요)
 
꽃으로 책갈피를 만드는 방법과 짧은 시들이 실려있습니다.
 
수분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꽃을 여러 번 말려야 한다고 하네요.
 
우리의 여름을 닮았습니다.
 
수없이 반복한 탓에, 심장에 꽂을 수 있을 정도로 얇게 마른 우리의 NN번째 여름.
 
책에는 쪽지 한 장이 끼워져 있습니다.
 
태근:(살펴봅니다)
 
태근아, 나를 잊지말고 기억해 줬으면 해.
 
하지만…… 이 세계는 아주 평화로워.
 
우리가 원래 살던 세계와 아주 유사하고,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듯해.
 
마치 우리가, 아니. 네가 그 자리에 들어가면 되는 것처럼.
 
너도 알잖아. 우린 너무 많은 여름을 건너왔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존재하긴 할까? 원래 세계를 찾는다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어.
 
만약 네가 나를 잊고 이 세계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방법이 최선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 말이야.
 
그 아래에는 누군가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 □□□, □□□…
 
그래요, 정단비.
 
외부세계와 가장 강하게 연결되어 있고, 이 거짓된 세계를 부술 수 있는 한 단어.
 
그러나 쉬이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거짓된 세계라고 하여도, 한 사람만이 사라진 이곳은 평화롭고 고요합니다.
 
굳이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 하나요?
 
우린 다시 우주 미아가 되고 말 텐데, 기약 없이 차원의 관문을 다시 넘나들어야 할까요?
 
태근, 당신에게 단비는 그럴 가치가, 의미가 있는 사람인가요?
 
태근:누군가를 희생해서 얻는 평화는 있을 수 없어. 설령 그 사람이 극악무도한 범죄자라고 해도.
그런데 내가 어떻게 너를 잊고 살아가겠어? 어떻게 내가 감히...
섭섭해, 네가 이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죽을만큼 보고싶어. 얼른 그 얄미운 얼굴을 보고 한번 세게 쥐어박고싶어. 투덜거리면서도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 네가 보고싶어.
단비야.
나는 네가 없는 이 지옥같은 곳에 남겨지고 싶지 않아. 단비, 정단비..
 
거짓된 여름을 부숴요.
 
남을 기억하고, 형상화할 수 있는 최고의 단어를.
 
단비를 오롯이 기억하는 당신의 입으로.
 
이미지
 
 
깜빡.
 
당신이 단비의 이름을 부르자, 모든 기억이 선명해지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세계의 소리가 멈춥니다.
 
기이한 침묵.
 
충분히 겁먹을 만한 상황인데도, 되레 익숙하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관찰력 판정
 
태근:
관찰력
기준치: 35/17/7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깜빡이던 형광등이 꺼지고 맙니다.
 
정전일까요?
 
아니… 창밖을 봐요, 태근.
 
창밖으론 하늘, 땅이랄 것도 없이 검은 우주가 펼쳐져 있습니다.
 
어지러울 정도로 새까만 밤과 반짝이는 은하수, 촘촘히 박힌 별들.
 
건물도 도로도 그 무엇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짙고, 또 짙은 밤하늘이 전부입니다.
 
태근:
SAN Roll
기준치: 54/27/10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당신은 깨닫게 됩니다.
 
이 거짓된 세계가 부서지고 있다는 것을요.
 
모두가 사라지고, 오로지 태근만이 이곳에 남아있습니다.
 
아니, 혼자가 아니라…
 
단비:조태근!!!!!!!!!!!!!
 
운동장이었던 그 너른 공간 한가운데, 우주 위로 단비가 동동 떠 있습니다.
 
반짝이는 별들 사이의, 중력을 무시한 채 흩날리는 단비의 머리카락.
 
마치 그림의 한 폭 같습니다.
 
태근:단비야!!!!!
 
물론 감상이 이어지기도 전, 그는 당신을 향해 무어라 소리치네요.
 
: 듣기 판정
 
태근: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웅웅거리는 단비의 말이 정확히 들리지 않습니다.
 
태근:정-단-비-!
 
쿠궁,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별가루들이 흩날립니다.
 
태근:?!
 
어라?
 
그러나 당황하던 것도 찰나.
 
정신을 차리면 100번, 600번, 800번.
 
책장들이 모두 별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있어요.
 
심지어… 도서실 전체가, 학교 전체가.
 
당연하죠, 이 세계를 부수는 단어는 당신이 읊었잖아요?
 
주변을 둘러보면 마땅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대로 잔해 속에 깔리는 건 아닌지….
 
다행히도 창문이 보이네요.
 
아니, 이게 다행인가요?
 
지금이 당신이 있는 층은 1, 2, 3…
 
떠올리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어요.
 
단비:내가 받아줄게, 뛰어내려!
 
부서지는 학교, 창문 아래의 단비가 소리칩니다.
 
말이 쉽지….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아요.
 
시간이 없습니다.
 
창틀을 딛고, 유일하게 부서지는 세계 속 당신을 바라보는 이에게 뛰어내려요, 태근.
 
태근:읏... 네가 어떻게 받아주겠다고..!
그래도 갈래! 죽어도 네 곁에 있을래! (쾌활하게 소리치며 창밖으로 뛰어내려요)
단비야~!
 
응원하듯 거센 바람이 당신의 등 뒤에서부터 불어옵니다.
 
창턱을 밟고 아래로, 다시 아래로.
 
별가루가 흩어지매 까만 우주는 눈이 부시게 아름답습니다.
 
이어질 추락에 눈을 질끈 감아도, 당신은 아주 천천히.
 
중력을 무시하고 아주 천천히.
 
바람 따라 나는 민들레 씨처럼 느릿하게 떨어집니다.
 
와락,
 
그런 당신을 단비는 쉽게 그러안아 잡습니다.
 
여전히 흐릿하지만, 그 얼굴의 이목구비는 점점 선명해지고 있어요.
 
나풀거리는 머리카락 탓에 꼭 물에 빠진 것만 같습니다.
 
이윽고 외부 세계로 나가기 위해, 외부 세계와 가장 강하게 연결된 단비가 묻습니다.
 
단비:내 이름 이제 다 기억 나?
 
태근:정단비! 바보 멍청이!
 
단비:ㅡㅡ?!
 
태근:돌아오고있어, 네 얼굴..!!(당신 얼굴 두손으로잡아요)
 
태근이 답을 하자, 단비의 얼굴이 되돌아옵니다.
 
단비:그럼... (제가 위로 안기듯, 빙글 돌아 위치를 바꿉니다.) 우리 둘이 어떤 관계였는지도 기억 나?
 
태근:난 너의 키를 앗아간 원수잖아. 다르게 말하면 널 책임져야할 친구지.
 
단비:ㅡㅡ?!?!
 
태근이 답을 하자, 반짝.
 
둘의 팔에 새겨진 주문진에 빛이 들어옵니다.
 
태근:하하! 정답이다!
 
단비:너 자꾸 그런 식으로 답할래??! (퍽퍽 침)
 
태근:아야, 아야!
 
단비: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뭐라고?!
 
태근:조태근?
(살짝 긴장)
 
단비:소다랑 민트류랬잖아! (부끄러운지 볼이 빨개진 채로 퍽퍽 때려요)
 
태근이 답을 하자, 모든 별가루가 허공에 둥둥 뜬 채로 멈춥니다.
 
태근:아야, 그만때려.
사실 나한테 혼나야하는건 넌데..
 
단비:내가 뭘 어쨌다구? ㅡ ㅡ
 
태근:날 이런 허무속에 유기하려고 했잖아.
 
단비:나도 멘탈이란게 아아아아주 가끔 흔들릴 때가 있는 거야...~
 
태근:...
 
단비:널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계속 돌아가지를 못하니까...
... 미안해. (입 삐죽된 채로 조구맣게 말해요)
 
태근:단비 너는 애완동물이나 식물같은거 키우지 마.
이렇게 책임감 없어서..
나니깐 봐주는거야. (코끝이 약간 시큰해집니다)
 
단비:그래서 안키우잖아. 나도 안다고~ (당신을 더욱 꽈악 끌어안아요.)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집으로 돌아갈 거지?
 
태근:응. 단비 너랑 같이 돌아갈거야.
 
답을 들은 단비가 당신의 두 손을 잡습니다.
 
피부 위로 새겨진 별자리와 같은 무늬가, 애초에 하나였던 것처럼.
 
둘의 팔을 타고 이어져 반짝입니다.
 
우리의 눈에는 푸른 빛이 스칩니다.
 
어디선가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고, 중력이 배로 느껴지는 기분에 속이 울렁거립니다.
 
하지만, 이건 모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일이었잖아요?
 
단비:좋아, 그럼...
 
우린 그것들을 두고 차원의 관문을 넘을 거예요.
 
어쩌면 다시 우주 미아가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눈앞의 상대가 환히 웃습니다.
 
마주 잡은 손이 웅웅, 진동하며 가볍게 떨립니다.
 
이번에는 어쩐지 감이 좋아요.
 
단비:다음 세계에서도, 서로를 기억하자.
 
이젠 모두 훌훌 털어버릴 차례입니다.
 
단비:대답.
나 잊어버리면 가만 안둘거야.
물어뜯어버릴거야.
 
태근:네가 잊더라도 또 내가 찾아줄게. 너도 그럴거지?
 
단비:당연하지. 내가 담아둔 데이터는 영구 보관이걸랑.
 
태근:하하, 아직 너도 모르는 내용도 많을걸. 더 알아가고 싶으면 끝까지 함께해줘야 겠네?
 
단비:다 알려줘!!!💢💢
 
태근:비밀이 있어야지 네가 더 쫓아와줄거 아니야~ 한번 알아내보라구~^__^
 
단비:용서못해 조태근... 복수할거야...
 
강한 빛이 주문진에서 쏟아집니다.
 
우린 차원을 넘기 전, 집으로 돌아가길 빌며 속삭이곤 했죠.
 
이렇게, 우주 한가운데에서, 서로를 보며, 지금처럼.
 
둘,
 
셋.
 
 
깜빡.
 
단비 생환 태근 생환
 
보상: 진행 중 감소한 이성 전체 회복, 우리가 살던 세계.
 
태근:ㄷㄷ 엔딩에서 소름돋는데 괜찮은지
복수를다짐하고있어..
 
단비:각성.
 
태근:아 단태 팔굵기차이 넘좋네 ㅋ
 
단비:어떠신가요 하이포니테일 태근은.
 
태근:너무
만족스러워요
 
단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태근:일딴 와꾸합도 너무좋구요
성격차이도 갓벽한거같아요
 
단비:우리 태근이가 고통받고잇잔아요.
 
태근:어쩔
 
단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
 
태근:태근이 하이포니테일하니깐
성전환시키고싶은 욕망이생김
 
단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태근:카가미네렌에게 반응하던 내 심장이다 이거
 
단비:아 렬루웃기내ㅔ
아 남캐태근?
맛잇군..
쩝접..
 
태근:이렇게까지 포니텔이 어울릴거라 생각못했는데
아주좋네요..^^
 
단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태근:
허.....
고교청춘물보니깐
청춘물로 단태 헤테로로먹어도 존나맛있을거같아
추후에 이야기해봅시다..^^
 
단비:하아
좋아요^//^
장발남이 되어버린 태근
생각해보니까
롱니가 남캐굴린거 본적없어서
궁금한것도 잇는거같은.
 
태근:다를건없을듯
 
단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태근:조금더 스킨쉽에 조심해할뿐
 
단비:아웃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태근:그냥 하인생겼다고 생각해
 
단비:악의하인
 
태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야츠도지칸다와.

 

 

플레이 타임: 2.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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